제2부 연구자가 지닌 속성
2. 울타리를 좋아한다
지구촌의 많은 부족(部族)은 살아가면서 의도적으로 근친 결혼을 피한다. 근친 결혼을 하면 열성 유전자가 대물림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새들도 우수한 후손을 남기려는 본능을 갖고 있어 혈연관계가 적은 짝을 찾아 짝짓기를 합니다. 식물도 스스로 근친 번식을 막기 위해 근친 꽃가루가 도착하면 암술의 꽃가루관이 성장을 억제하는 작용을 합니다. 이처럼 동식물도 생존을 위해 근친 번식을 억제 합니다. 연구도 경쟁력을 갖추기 우리해서는 좁게 처진 울타리를 벗어 버리고 문호를 활짝 개방해야 합니다.
6개의 나무젓가락를 사용하여 4개의 똑 같은 정삼각형을 만들라고 하면 보통의 아이들은 나무젓가락을 반씩 부러뜨려 만들거나 평면에서 만들려고 애를 씁니다. 정삼각형 한 개를 만드는 데에는 성냥개비 세 개가 들어간다. 그 다음에는 무슨 수를 써도 평면상에서는 나머지 성냥개비 세개로 정삼각형 세 개를 더 만드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그러나 3차원의 삼각피라미드를 생각하면 문제가 쉽게 해결됩니다. 평면을 벗어나 입체적으로 생각해야 합니다.
마치 자연을 위에서 내려다 보면 여러 분야간의 관계가 한눈에 드러나 보이는데, 그 보이는 세계도 입체적임을 알게 됩니다. 이런 점에서 과학을 물리, 화학, 생물, 지구과학 식의 평면으로 갈라놓고 공부하면 자연의 원리를 전체적으로 파악하기가 어렵게 됩니다. 요사이는 과학과 예술의 융합을 주제로한 사이아트(SciArt)도 탄생하고 있습니다.
우리 대학은 단과대별로 울타리가 있고, 같은 단과대내 학부별로도 울타리가 강해 자연과학대학의 화학과와 공과대학의 화학공학과는 서로 다르다는 측면만을 크게 강조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또 학회도 설립그룹과 임원그룹을 쫓아 너무 세분화되어 가는 경향도 있습니다. 이러다 보면 고속도로에서 남이 나를 추월하면 위법이지만, 내가 추월하면 정당한 앞지르기라고 생각하는 억지들이 사회 구석구석에서 목격되기도 합니다. 아쉬운 현실입니다.
개인적으로 참 좋은 제도인것 같은데
미국MIT에서는 공대학생들이 전체 학점의 3분의1을 경영대학 과목으로 수강할 수 있도록 하고 있고, 일리노이 공대에서는 학생들이 경영대학 과목을 무제한으로 수강할 수 있도록 하고 있음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나만의 위치에서 생각하여 판단의 선을 긋기보다는 '우리'라는 울타리 안에서 생각하고 이해하는 우리 중심적 사고(思考)를 넓혀 나가햐 하겠습니다.
과학기술인은 자존심이 큰 반면 특히 학연과 학풍에 약하고, 학과별로 독립적인 연구를 해온 관행이 있어 그들 앞에 보이지 않는 울타리를 치는 것 같습니다. 이제는 그 울타리를 과감히 허물어야 하고 편가르기식 논쟁도 벗어나야 합니다.
재미있는 사례가 있는데요
2001년 국내에서 번역,출간된 '하이파이브'(High Five)란 책에서는 미국의 만년 꼴찌인 시골 초등학교 아이스하키팀이 최장팀으로 성장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습니다. 새로운 내부 규칙을 만들어 득점을 올린 사람에게는 1점, 그에게 도움을 준 사람은2점, 도움을 준 사람에게 패스해준 사람은 3점하는 식으로 포상해 팀워크를 형성토록 했습니다. 스타 플레이어보다 그들의 성공을 뒷받침해준 그늘 속의 선수들에게 더 많은 점수를 주었습니다. 한 사람의 스타도 중요하지만 합심된 전체가 더 중요함을 심어주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과거에는 서로 관련없다고 여겨졌던 여러 현상들이 점차 시스템적으로 이해되어 가면서 융합되어 가는 것이 오늘의 현실임을 알려주는 책이 아닌가 합니다.
오늘의 과학기술은 학제간 경제가 엷어지고 인접 분야간 융합을 크게 요구하는 만큼, 학부와 학부간 기관과 기관간 벽을 과감히 허물어야 합니다. 우리 축구가 히딩크 감독의 영입으로 세계4강에 진입했던 저력을 거울삼아 이제는 '우리끼리'울타리 개념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가 어떤 사물을 볼 때는 가급적 크게 보는 것이 좋습니다. 그래야 우리 사회가 더 높이, 더 크게, 더 깊게, 더 빨리 성숙해 가지 않을까요? 어떤 사물에 돋보기만을 들이대고 자기가 본것만이 옳다고 주장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고, 소가 죽어가는 것도 모르고 쇠뿔 바로잡기에만 정신을 판다면 큰 문제가 아닐 수 없습니다. 울타리 안쪽만을 쫓다가 기초와 기본이라는 큰 틀을 놓쳐서는 안될 것 입니다.
피아노에는 88개의 건반이 있습니다. 건반을 하나씩 치면 하나의 음만 나오지만 코드(chord)에 맞춰 몇 개의 건반을 두드리면 아름다운 화음이 만들어진다는 사실을 새겨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미지출처: 구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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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글은"R&D가 살아야 한국경제가 산다, 김영식 지음" 책의 내용을 인용하여 작성하였음.
그랜드 피아노 안쪽을 들여다보면 이걸 과연 누가 만들었을까? 신기합니다! 기회될 때 한번 들여다 보세요!
오늘도 행복한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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